MEET THE ARTIST #7 - moribet

 

Meet The Artist #7 - moribet

<Meet The Artist>는 Bokeh의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들을 만나, 작품에 대한 생각과 함께 창작에 대한 깊고 넓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moribet를 만나기 전에.

포말이 일듯 서로 부딪히며 공명하는 정교한 사운드와 사랑스러운 위트가 엿보이는 <so, ho hum>은 발매와 동시에 국내외 리스너들의 호평을 받으며 대중들에게 그의 음악 세계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음악과 그로 인해 파생된 문화 전반에 대해 다룬 이번 인터뷰를 통해, moribet 특유의 반짝이는 장난스러움과 그 이면의 깊은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글/인터뷰: 슬

 

<so, ho hum>

 

- 먼저, Bokeh의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moribet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moribet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 지난 1월 1일 <so, ho hum>이 발매됐다. 새해 첫 날 앨범을 낸 것이 인상 깊기도 한데,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moribet 일단 앨범을 내게 돼서 후련한 마음이다 (웃음). 발매 날짜 같은 경우엔 유통 기획 단계에서 추천 받았는데, 요즘이야 12월과 1월이 비수기지만, 80년대까지는 음반이 제일 많이 팔리는 시기였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앨범 중에서도 1월에 나온 것들이 많고.

 

- 흥미로운 이야기다. <so, ho hum>을 들었을 때, 한번에 작업했다기 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작업한 것 같은 감상을 받았다. 언제부터 작업했는지, 어떤 곡을 제일 오래 작업했는지 궁금하다.

moribet <long dream>과 <bigger plot>을 가장 오래 작업했다. 둘 다 2017년쯤 썼던 곡들인데, <long dream> 같은 경우는 2022년에 재녹음을 해서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먼저 올렸었고. <bigger plot>은 김동휘 님과 이번 앨범 제작 과정에서 다시 녹음했다. 곡 자체는 오래전에 써 놓은 것들이 많고, 앨범 작업은 2년 정도 걸렸다.

 

- 사운드클라우드와 밴드캠프(Bandcamp)에서 솔로 활동을 이어 왔지만, 많은 분들이 khc/moribet의 <전파납치>로 moribet를 접했을 것 같다. 그룹 활동을 하다가 솔로 앨범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moribet 솔로 앨범이긴 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khc 님이 스트링으로 세 곡 정도 참여를 해주셨고, 앞서 말한 김동휘 님도 도와주셨다. khc 님 같은 경우에는 나보다 사운드의 질감에 대한 이해와 음감이 더 좋다. 현악기를 사용한 작업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또 아무래도 작업실을 같이 쓰다 보니 그의 비언어적인 반응에 영향을 받더라 (웃음).

 

khc와 moribet의 작업실

 

김동휘 님 같은 경우에는 <bigger plot>에 기타리스트가 한 명 더 필요해서 부탁드렸다. 김동휘 님이 솔로를 연주하고, 나는 SP404 샘플러로 기타 사운드를 조작하며 왜곡된 소리들을 받았다.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준 분들이 있었기에 앨범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moribet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꽤 오랜 시간 영국에서 지낸 것으로 알고 있고, 특히 <so, ho hum>과 <전파납치>는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작업되었는데,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의 작업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moribet <so, ho hum>의 경우에는 반은 영국에서, 반은 한국에서 작업했다. 영국 생활의 마지막 즈음에는 친구들이 대부분 도시를 떠나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집중하기 편했던 것 같고, 한국에서는 여러 관계 속에 존재 했기 때문에 비교적 함께 작업하는 느낌이었다. 작업 방식 같은 경우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영국에서 사온 포 트랙 카세트 (four track cassette)를 한국에 가져와서 리앰핑(re-amping)했다. 컴퓨터로 작업한 다음에 포 트랙으로 넣어서 카세트로 빼는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four track cassette

<전파납치> 같은 경우에는 ZOOM을 통해 작업 했다. 미팅 전까지 서로 해온 것을 들으면서 피드백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딜레이가 있기 때문에 녹음은 어려웠지만, 화면에 공유된 프로젝트 파일을 보며 수정하는 건 가능하더라. 마지막 즈음엔 주에 2번씩 미팅을 진행한 것 같다.

 

- ZOOM을 통한 작업 이라니. ‘요즘 사람들’ 같다 (웃음). <so, ho hum>을 오랜 기간 작업 한 만큼, 앨범을 제작함에 있어 레퍼런스로 삼은 앨범이나 뮤지션이 있는지. 그리고 레퍼런스를 선정할 때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moribet <so, ho hum>이 일렉트로닉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멜로디컬한 앨범이 아닌가 싶다. 앨범 전체적으로 화성에 집중하기도 했고. 아날로그적인 장치들을 좋아하지만, 대부분 혼자 작업 하다 보니 오케스트라를 쓰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가능했던 것이 일렉트로닉적인 포장이었다.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주로 뮤지컬의 영향을 받았다. <전파납치>를 끝내기 몇 달 전부터 Stephen Sondheim의 넘버들, 특히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를 가장 좋아해서 많이 들었다. 뮤지컬은 요소가 많기 때문에, 작사법이 달라져서 흥미롭다. <Sound of music>의 작곡 듀오 Rogers and HammersteinHammerstein이 듀오 결성 전에 Jerome Kern과 쓴 곡 <All the things you are>를 보면 복잡한 화성에 빠른 가사 호흡 때문인지, 많은 분들이 가사보다는 멜로디를 더 익숙해한다. 하지만, 가사만 놓고 보면 시적 장치들이 많다. 반면에 Richard Rogers를 만난 이후 쓴 곡 <Oh what a beautiful morning>은 가사만 보면 단순하고 유치한 느낌을 주지만, Richard Rogers의 멜로디와 만났을 때 유일무이한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한다.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나는 라이브 공연이 연극 혹은 뮤지컬 같고, 일렉트로닉 음악이 영화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모든 프레임에 감독이 관할을 할 수 있지만, 연극과 뮤지컬은 조금 더 즉흥성이 있다. 이런 ‘살아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어서 뮤지컬에 빠지게 되었다.

 

- 뮤지컬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 이유 때문인지 <so, ho hum>을 들으며 이솝우화 내지는 동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플롯*(plot)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느낌이랄까.  moribet가 앨범을 구상하며 떠올린 이미지나 스토리가 있는지.

moribet 가사를 영어로 쓰기 때문에 고유명사를 사용하는 데 있어 제약이 많다고 느낀다. 특히 ‘문화적 전유’의 측면에서 고민이 된다. 나는 그 문화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재생산함에 있어 조심스럽다. 이러한 이유로, <전파납치>에서는 의도적으로 고유명사를 배제했지만, <so, ho hum>에서는 적절한 선에서 레퍼런스들을 찾으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paris syndrome>은 파리에 갔는데, 막상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찾아오는 뉴로시스**(neurosis)에 관한 이야기다. 파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외부인이 보는 이상화된 시각에서는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8번 트랙인 <I am providence>는 Howard Phillips Lovecraft의 묘비명에서 따와 제목을 지었다. 찾아보니 providence가 Lovecraft의 고향이더라. Lovecraft에 대한 평이 극명히 갈리긴 하지만, 고향을 너무 사랑하고 외국인 혐오가 심하다 보니 작품 속에 괴물이나 미지의 존재 같은 장치를 활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죽을 때 마저도 ‘나는 내 고향 그 자체다.’라는 묘비명을 남겼고.

<paris syndrome>이 타지에서 느끼는 실망감이라면, <I am providence>는 고향에서 느끼는 실망감을 표현 함으로서 정반대이지만 상통하는 지점을 만들고 싶었다. 이처럼 관련 없는 것들을 이어 붙여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레퍼런스를 내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 서사 작품 속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

**신경증          

 

“이처럼 관련 없는 것들을 이어 붙여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레퍼런스를 내 시각으로 재해석 했다.”

 

- 그래서인지 <so, ho hum>은 음악적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그보다 이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마치 멜로디나 코드가 나오기 전에 앨범의 스토리가 먼저 구상된.

moribet 내 주변의 음악가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재능이 많은 것 같진 않다. 나보다 사운드의 질감을 잘 표현하고, 음감이 좋으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나는 음악 변두리의 것들에 더 관심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파납치>와 <so, ho hum> 둘 다 컨셉 위주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so, ho hum>을 들으며 장난기 있는 쾌활한 성격의 소년이 주인공인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번 앨범을 영화에 빗대어 표현하면 어떤 작품일지?

moribet Woody Allen의 <Hannah and her sisters>가 떠오른다. 등장인물 중 미키가 뇌종양일 수도 있다는 오진을 받고 회의감에 여러 종교를 전전하다 결국은 자살 시도를 하려고 하지만, 영화관에서 <The Marx Brothers>을 보고 삶의 의미를 찾게 되면서 끝이 나는 영화이다. 영화 안에서 등장인물이 영화를 보는, 이런 ‘메타적 관점’의 장면들을 좋아한다. ‘스탠드 업 코미디’를 차용했다는 지점에서 <전파납치>의 <농담>과 <코미디의 왕>도 그렇고, 코미디언 Sam Kinison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번 앨범의 첫 트랙 <dead dial>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세대는 ‘아이러니’에 집착하고, 온전한 진심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두 앨범 모두 ‘아이러니’가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보다 자유로웠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작업을 할 때도 이어지는 스토리 보다 파편화된 조각들을 모아 놓는 것을 즐긴다. 마치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면 각기 다른 방송이 나오지만, ‘텔레비전’이라는 틀 안에서 정당화되는 것처럼.

다시 돌아가서, Woody Allen의 영화들과 <so, ho hum>이 완벽하게 일치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3번 트랙 <anhedonia>도 영화<Annie Hall>의 원제목 anhedonia에서 따왔다 (웃음).

 

<Hannah and her sisters>

 

- 보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서, 대부분의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은 ‘신’에 먼저 익숙해진 다음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moribet는 비교적 ‘한국 인디 신’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특유의 정서가 묻어 나오는 게 흥미롭다. moribet가 좋아하는 한국의 앨범이나 뮤지션이 궁금하다.

moribet 어렸을 때는 한국 인디 신에 대해 잘 몰랐다 (웃음).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반응을 예상 못하기도 했고, 지금도 신기하다. 한국의 뮤지션들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영국에 가고 나서 더 많이 찾아봤는데,  보통 록 보다는 R&B 위주로 들었던 것 같다. 소금의 1집 <Sobrightttttttt>을 특히 좋아한다. 근데 알고 보니  khc 님도 좋아한다더라. 이 앨범을 통해 친해졌다.

 

- 아무래도 좋아하는 앨범과 뮤지션이 같으면 친해지기 쉬운 것 같다 (웃음). 영향을 받은 다른 뮤지션들도 궁금하다.

moribet 근 2년 동안은 앞서 말한 Stephen Sondheim The doors의 <Alabama song (whisky bar)>의 원곡을 작곡한 Kurt Weil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어릴 때는 David Bowie를 좋아해서 인터뷰를 다 찾아볼 정도였다. 나한테는 교육자 같은 느낌이다. 아마 선생님을 했어도 잘하지 않았을까 (웃음). 그가 언급한 20세기 초의 화가들, 예컨대 Francis Bacon이나 내 인스타그램 프로필 속 그림의 작가 Frank Auerbach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비트 제너레이션’의 탄생 같은 경우도 록과 연관이 있지 않나. 직접적 이지는 않더라도, 록에서 시작된 여러 문화들에 관심이 많다.

 

-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시작해서 그가 속한, 혹은 관심 있는 문화 전반을 좋아하게 되는 수순은 누구나 밟게 되는 것 같다 (웃음). 나는 비트 제너레이션 문학들 중 Allen Ginsberg의 <Howl>을 가장 좋아하는데, 한글 번역과 원서의 간극이 크다고 느꼈다.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힌달까.

moribet 나도 자각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라임(rhyme) 유무의 차이가 큰 것 같다. 불어 시 같은 경우에는 라임이 있는데, 라틴어 시는 라임이 없다더라. 그러한 차이들 때문에 영어로 쓰여진 문학 작품을 한글로 번역하면 내용은 전달되지만 구조까지 전달되지는 않는 것 같다.

 

- 그래서 2개국어 이상을 하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단어 선택이나 문장구조에 있어 보다 자유로운 것 같은 느낌.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그렇지만, 타지에서의 생활도 나에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 잠깐 미국에 살았는데, 그 때의 경험이 나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것 같다. 영국에 오랜 기간 머무른 moribet는 외국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moribet 한국에 온 지 7-8개월 정도 됐는데, 영국에서의 경험이 생경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전역을 했을 때 사람들이 ‘꿈 꾼 것 같다.’라고 하는 것처럼 (웃음). 언어가 현실을 만들어낸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인지 어떠한 현상에 대한 단어가 없으면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예컨대, 영어로는 ‘꼰대’를 표현하는 단어가 없어서, 그러한 상황을 형용할 수 없지만, 한국은 ‘꼰대’라는 단어가 존재함으로서 모두가 견제하게 되는 태도가 있다.

또, 관계 속에 함께 하지 않으면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8년간 함께 지낸 친구들이 없었다면, 경험에 대한 증인이 없으니 영국 생활 자체가 없었던 일처럼 느꼈을 것 같다.

 

“관계 속에 함께 하지 않으면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사진 제공: moribet)

 

-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 계획과 올해의 목표가 궁금하다.  

moribet 앨범을 더 내고 싶은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웃음). 올해의 목표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말하자면,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다. 혼자 작업하는 건 아무래도 자기혐오로 이어지는 것 같다. 믹싱 과정에서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스스로의 감성도 싫어지고, 부른 노래를 다시 듣는 과정에서는 나의 신체까지도 싫어지더라. 어떤 가상 인물에 대한 곡을 써도 결국 아티스트 중심적으로 해석이 되는 것 같다.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참여하는 사람도 많고 픽션 캐릭터를 위한 곡 작업을 뮤지컬을 통해 하고 싶다.

 

인터뷰 속 음악들

 

<so, ho hum>의 크레딧

Arranged by : khc (1, 2, 9) Donghwi Kim (7, 8, 11) Austin Filstrup (4)

Composed by : Donghwi Kim (8, 11) Austin Filstrup (4)

Lyrics : Austin Filstrup (4)

Performed by : khc (1, 2, 9) Millie Min (5, 10)

Mastered by : Warren Hildebrand

Written and performed by mori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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